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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레이저’는 IPL, 고주파, HIFU와 성질이 전혀 다르지만 장비를 이용한 시술이란 점에서 환자들은 이 모두를 통칭해서 레이저라고 부릅니다. 그러다 보니 레이저를 이용한 리프팅이란 표현도 왕왕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본 글에서는 피부 미용시술에서 사용되는 장비들에 대한 특징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레이저, IPL, EBD는 어떻게 구분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 빛의 파장
먼저 이를 구분하기 위해 빛의 파장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빛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이렇게 셋으로 구분합니다(문헌에 따라 아래 수치는 다를 수 있음).
▶︎자외선(ultraviolet, UV) : 200~400nm
자외선은 각종 색소 질환은 물론 피부 주름과 노화의 원인이며, 380nm 이하의 파장 내에서도 자외선은 A, B, C로 구분됩니다.
- 자외선 A(UVA) : 320~400nm 파장. 노화와 색소침착의 원인.
- 자외선 B(UVB) : 290~320nm 파장. 화상의 원인이다.
- 자외선 C(UVC) : 200~290nm 파장. 지구의 오존층에 의해 차단되므로 지표에 도달하지 않음. 일상생활에서는 식기 살균 제품에 사용.
▶︎가시광선 : 400~750nm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파장대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색상으로 구분이 되며 400nm에 가까울수록 보라, 750nm에 가까울수록 붉은색을 띱니다.
색소치료에 사용되는 532nm(1,064nm Nd:YAG를 KTP 결정에 조사하면 532nm 파장으로 변환) 파장이 녹색을 띠거나, 585~600nm가 노란색, 694nm 루비 레이저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도 가시광선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적외선(infrared) : 750nm~1,000,000nm
적외선은 근적외선(near infrared)과 원적외선(far-infrared)으로 구분합니다.
스펙트럼별 치료 효과가 매우 다르며 어떤 스펙트럼은 아무런 치료 효과가 없기도 하고 어떤 스펙트럼은 오히려 광량과 이용 시간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변에 따라 치료 효과가 높은 다양한 파장 적합한 광량에 관한 연구는 앞으로도 더욱 정교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 근적외선 (750nm~1,400nm) :
근적외선은 광원이 피부 조직 속으로 깊이 침투하는 장점이 있어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755nm 알렉산드라이트나 1064nm 엔디야그가 대표적입니다.
- 중적외선 (1,400~3,000nm)과 원적외선 (3,000nm 이상) :
미용 레이저 영역에서는 2,940nm의 어븀야그(Er:YAG)나 10,600nm의 CO2가 대표적입니다.
더 높은 파장대는 열화상카메라 등에서 활용됩니다.
3. 레이저 (Light Amplified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1) 총론
레이저가 다른 빛과 구별되는 특징은 단색성(monochromatic), 평행성(collimated), 응집성(coherent)입니다. 그중에서도 미용 분야에서 레이저와 비레이저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단색성입니다.
■단색성이란?
특정 매질을 통과한 특정한 단일 파장이 나가는 것을 단색성이라고 합니다. 알렉산드라이트라는 매질을 이용하면 755nm의 파장이 나가고, CO2를 매질로 이용하면 10,600nm의 파장이 나갑니다. 빛이 여러 가지 파장이 나가는 장비는 엄밀히 말하면 레이저는 아니고 IPL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빛이 아닌 초음파나 고주파를 이용한(울쎄라, 써마지)는 EBD라고 부릅니다.
■평행성
ppt 발표를 할 때 붉은색 레이저 빔을 이용하여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겁니다. 이 빔은 멀리서 쏘든, 가까이서 쏘든 붉은색 점은 퍼지지 않고 크기가 동일합니다. 직진성이란 이런 의미입니다. 하지만 레이저 장비에 따라 focusing beam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레이저 치료에서 파장이 중요한 이유
a) 파장에 따라 치료하고자 하는 목표(발색단)가 달라집니다
레이저를 쏘면 우리 몸의 어떤 물질(주로 3대 발색단(chromophore)에 해당되는 멜라닌, 헤모글로빈, 수분)에 흡수가 되어 의학적 효능을 나타냅니다. 즉,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 색소(멜라닌)냐, 혈관병변(헤모글로빈)이냐, 주름(수분)이냐에 따라 파장을 달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발색단마다 빛 에너지 흡수가 더 잘 되는 파장이 존재하며, 목표한 물질 이외의 다른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selectivity가 높은 파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IPL 치료를 하등(?)하게 여기는 일부 의사들은 아마도 이러한 selective photothermolysis 이론에 많이 치중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b) 파장에 따라 피부 침투 깊이도 달라집니다.
레이저 파장이 ~1,200nm까지는 점점 피부의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습니다. 색소나 혈관 병변이 표피냐 진피냐에 따라 파장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파장이 길어질수록 조사된 레이저가 수분에 기하급수적으로 흡수됩니다. 그래서 1,200nm 이상부터는 피부 깊숙히 침투하지 못합니다. CO2나 Er:YAG가 깊은 층의 치료를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3) 조사 시간에 따른 조직의 반응
앞서 설명한 파장 뿐 아니라 빔이 ‘조사되는 시간’ 또한 레이저를 분류하는데 중요한 특성입니다. 파장이 1초 이상 지속되면 광화학적(photochemical) 반응이 우세하고, 1/1,000초로 대로 짧다면 광열(photothermal) 반응, 이보다 더 짧다면 광물리적(photomechanical) 반응 등으로 구분되지만, 엄밀히 이러한 조직 반응은 완전히 독립되지 않고 서로 겹치게 됩니다.
피부과에서 흔히 말하는 레이저라고 함은 nano 초(1/1,000,000,000 초) 대의 Q-switch(큐스위치) 레이저가 흔하며, 이러한 레이저는 기미, 흑자, 모반 등과 같은 색소병변 치료에 유리합니다.
4) 레이저 색소 치료가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
하지만 색소 치료는 파장이나 pulse duration만 잘 선택한다고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피부에 레이저를 쏘아 치료 효과를 보려면 목표 병변에 에너지를 흡수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레이저가 피부에 조사되면 흡수 뿐 아니라 반사, 투과, 산란과 같은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의 온도나 습도, 피부의 온도, 레이저 빔의 상태, 의사의 핸드피스 각도 등 많은 변수도 존재합니다. 또한 같은 장비를 사용해도 인종이나 개인별로 상태가 다르므로 반응 또한 다양합니다. 한 가지 예로 동양인이나 흑인은 표피에 멜라닌이 많아 진피로 침투가 적지만, 백인은 멜라닌 색소가 적어 깊은 층까지 레이저가 침투됩니다.
4. EBD (Energy-Based Device)
앞서 설명한 레이저를 제외한 모든 피부과 장비 시술은 EBD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IPL과 울쎄라 써마지입니다. 환자들의 인식에 IPL은 약간 구닥다리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지만 리프팅 장비들은 종류도 많고 현재 미용 시장에 인기의 정점에 있습니다.
1) IPL (intense pulsed light)
(IPL은 원래 루메니스사에서 만든 EBD의 고유명사였으나 너무 대중화된 나머지 다파장 치료 방식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기에, 본 내용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IPL이란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레이저가 특정 매질로 인해 ‘특정 파장’의 빛 만을 이용한다는 원리라면, IPL은 단일 파장이 아닌 복합적인 파장(400-1,300nm의 파장)이 동시에 방출되어 병변을 치료합니다. 예를 들면, 레이저가 혈관성 질환에는 500nm대의 파장, 색소성 질환에는 700nm대의 파장… 이런 식으로 해당 파장의 영향을 받는 병변을 선택적으로 치료하는 데 반해, IPL은 가시광선을 위주로 자외선과 적외선이 일부 포함된 광선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피부나 병변의 특성에 따라 빛을 걸러내는 cut-off 필터를 사용합니다. 만약 590nm 필터를 끼우면 590nm 이하의 파장은 모두 걸러내고 590-1,300nm의 빛 만을 방출합니다.
장점이라면 레이저에 비해 약하고 순하여 부작용이 적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적다는 점입니다. 레이저 광선이 바늘같은 작은 직경이라면, IPL은 비교적 면적이 넓어 얼굴 전체를 치료하기에 적합합니다. 복합파장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혈관, 색소, 탄력 등)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비가 아니라면 어느 하나 제대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레이저에 비해) 여러번 치료해야한다는 것은 단점입니다. IPL로 분류되는 장비끼리도 제조사마다 조사된 에너지의 스펙트럼이 다르므로, 의사나 환자 모두 저가의 IPL 장비/시술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IPL의 종류는 워낙 많으나 square pulse를 구현하는 IPL이 바람직하며 루메니스 사의 스텔라 M22, 싸이톤 사의 BBL이 명품으로 취급됩니다.
2) 초음파
▪︎울쎄라 Ultherapy (MERZ사)
울쎄라는 2009년도에 FDA의 승인(비침습적인 방법의 눈썹거상에 대하여)을 받았으며, 2019년 기준으로 “이마, 하안면, 턱밑의 잔주름”에 효과를 입증받았습니다. 열을 피부속에 전달하여 콜라겐을 수축 및 재생시키는 원리로 효과를 냅니다.
물론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 대부분의 EBD의 공통점이며, 한편 그 열을 어디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장비 마다의 차별점이 됩니다. 울쎄라는 초음파를 이용해 열을 발생시킵니다. 초음파가 조직에 만든 열로인해 콜라겐이 파괴되었다가 재합성되면서 수축하는 것이지요.
타겟 깊이에 따라 세 종류의 트렌스듀서(팁)이 존재하며, 피부표면으로 부터 5mm까지 열기둥을 형성하고, 일부는 SMAS에도 영향을 미쳐 콜라겐 신생과 리모델링을 촉진합니다. 조금 무식하게 표현하자면… 쥐포를 불에 구우면 쪼그라드는 원리를 그물진피와 피하지방층에 시행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초음파로 열을 전달하는 비슷한 장비로는 국내회사에서 만든 슈링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슈링크과 차별되는 울쎄라만의 특징이라면 시술시 실시간으로 에너지가 도달되는 위치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microfocused ultrasound with visualization, MFU-V).
시술 효과는 콜라겐이 재합성이 될 즈음 나타나기때문에 보통 3~6개월 후에 나타납니다.
3) 고주파
고주파는 바늘이 있느냐 없느냐, monopolar냐 bipolar냐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써마지, 올리지오, 인모드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전류를 사용한다는 특성때문에 고주파 EBD는 전류에 예민할 수 있는 경우(인공심장박동기, 금속삽입물)는 시술을 피해야 합니다.
▪︎써마지 Thermage FLX (Solta 사)
써마지는 바늘로 찌르지않는 모노폴라 고주파(non-microneedling monopolar RF) 장비입니다. 2002년 경 FDA에 얼굴의 눈 위・아래의 잔주름에 효과있는 비침습적 치료라고 승인받았고, 현재 가장 최신 기종은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된 4세대 FLX입니다.
울쎄라가 초음파를 이용한 열이었다면, 써마지는 고주파를 이용한 열로 작용합니다. 울쎄라와 달리 면적에 따라 네 종류의 팁이 있으며, 시술 타겟으로 하는 깊이는 진피하부입니다.
▪︎프로파운드 Profound (Candela)
프로파운드는 롱 펄스 바이폴라 니들 RF 장비로는 FDA에 세계 최초로 승인을 받은 기기입니다. 써마지와 달리 바늘로 찌르는 시술이기때문에 1회용 팁을 사용해야 하며, 얼굴의 주름 개선을 위해 사용하는 dermal tip과 복부나 다리의 셀룰라이트에 사용하는 subcu tip이 있는데, 팁에 따라 전달되는 에너지의 깊이가 다릅니다.
바늘모양의 작은 전극을 피부에 찔러넣고, 전극이 흐르면서 고주파 에너지가 그물진피(dermal tip의 경우)에 열을 만들어 피부 구성요소를 재생시키는 원리입니다. 바늘이 원하는 조직에 들어가면 콜라겐 부분 변성을 위해 기계가 작동이 되며 약 3초간 67°C의 온도로 조직에 열손상을 가합니다.
사실 비슷한 기계는 시장에 많지만,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조직에 가해지는 저항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여 전극 팁에 에너지 강도의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시술깊이는 더말 핸드피스의 경우 reticular dermis를 목표로 하며, 바디 핸드피스의 경우 조금 더 깊은 침투가 가능해서 얼굴의 SMAS에 적용하는 병원도 일부 있습니다. 회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물진피에 전달된 자극은 피부 엘라스틴, 콜라겐, 히알루론산을 증가시키며, 특히 엘라스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장비라고 합니다. 약간의 붓기나 멍이 생길 수 있고 5~7일 정도 일상생활을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저희 병원 실장님께 시행한 결과 다음날 화장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나타나긴했습니다;;
▪︎코레지 Corage 2.0
코레지는 앞서 설명한 장비보다는 훨씬 덜 유명한데요…. 써마지나 프로파운드같이 고주파가 열을 만들어내어 피부재생을 돕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파장대의 주파수들이 세포들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을 공명시켜 자발적인 세포 재생을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즉, 우리 몸의 세포에는 고유의 주파수가 존재하는데요, 코레지에서 나오는 파장이 그러한 주파수와 공명을 이루어 잠들어있는 세포를 자극시키고 활성화 시켜주는 것이지요. 물론 시술시 약간의 열감은 느낄수있지만, 열이 재생의 핵심원리는 아닙니다.
코레지는 QMR(Quantum Molecular Resonance, 양자 분자적 공명)이라는 기술에 특허를 가진 이탈리아의 Telea사와 제휴(라고 말하지만 중요 부품은 Telea사에서 다 제조된다. 사실 Rexon age가 뚜껑만 달리한 제품)로, 한국 퀀텍사에서 판매하는 기기입니다. 개인적으로 Telea사의 QMR기술이 적용된 전기수술기구 Vesalius를 사용해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어서 코레지 또한 제법 신뢰하는 장비입니다. 타 회사의 RF장비가 0.51~1MHz의 주파수를 만들어낸다면, QMR 기술은 4MHz~64MHz의 주파수를 만들어서 더 강하게 세포활성과 재생을 돕는다고 제조사는 주장합니다.
표피의 기저층과 진피에 전달된 자기공명은 열을 생산하여 자발적으로 피부재생과 콜라겐 리모델링을 촉진시킨다는 원리입니다. 앞선 리프팅 장비와 달리 시술 직후 티가 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론 즉각적인 효과도 갸우뚱할 수 있습니다.
5. 결론
사실 의사의 관점에서 레이저는 EBD와 엄연히 구별되지만… 울쎄라 써마지를 단순히 ‘장비’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낯설고(그렇다고 에너지 베이스드 디바이스라고 부르는 것도 환자와 소통에 더 불리한 듯하고), 오히려 레이저 리프팅으로 통칭하는 때도 많아 소비자 관점에서 혼란스러울 것도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환자와 소통하다 보면 저 또한 그냥 이 모든 것들을 싸잡아서 레이저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이지만, 엄밀히 이 둘은 구분해야 합니다.